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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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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요즘들어 가지지도 못한 것에 대해 아픔을 느끼곤 한다. 나는 이걸 심적환상통이라고 부른다. 나에겐 특별한 사람에게 나는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은 상당히 아픈일이다
22시 22시 술 한잔 하기에 죄책감이 없는 시간 집에 물이 떨어질 일은 있어도 술이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게 자취 이후의 내 신조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번에 맥주 10캔정도를 냉장고에 쟁여두며 마셨는데 지금은 위스키 한병을 사다가 한잔, 한잔 마시고 있다 그래도 최대한 술에 의존하지 않도록 혼자 마시는 건 일주일에 2~3회정도로 제한을 두는것이 그나마의 마지막 남은 양심이다. 자취를 한 이후로 집 주변에 친구가 없는것이 처음인 해이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누군가 한명쯤은 같이 술을 먹어줄 사람이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 지역에 혼자 남게 되었다 대부분은 취직으로 떠나갔고, 일부는 본가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었다. 요즘 입버릇처럼 심심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은 무언가를 하면서 보낸다 노..
21시 "...이 시간에 잠들었다는건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예요." 피곤해보이는 얼굴을 한 채 운을 띄웠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자고 일어나 다시 출근을 하면 나라는 사람은 사라지고 그저 부속품만 남은 기분이 들때가 있어요. 때때로 저녁도 안먹고 잘 때가 있죠 분명 회사에서 나올때까지만 하더라도 집에서 뭘 해먹을지 생각을 했는데 말이예요." "어릴때 까지만 하더라도 10시 전에 잠들지 않으면 나쁜짓인것만 같았어요 가끔 책을 읽느라 더 늦은 시간에 자긴 했어도 그땐 학교에 가서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고 놀다 들어왔으니 밤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을거예요 물론 학교에 가는걸 그렇게 좋아했을리는 없지만요"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고, 밤 늦게까지 노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어요 가끔 술에 취해서 그날 저녁의 ..
20시 집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안락함과 동시에 수많은 생각을 가져다주는 공간이다 그 생각이 어딘가 존재하지 않을법한 수많은 상상에서부터 오직 숫자로 대변되는 걱정까지 다양하다 아직까지도 유행하고 있는 MBTI에서 당연히 과학적이지는 않겠지만 E와 I가 반반 혼재하는 나로서는 누구와도 교류가 없는 이 시간이 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가 꺼내줬으면 하는 그런 이상한 시간인 것이다 이 맘때쯤 하는 걱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입자처럼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것이다. 때로는 푸딩에 박혀있는 건포도처럼 한곳에 부유하다가도 이내 궤도를 돌면서 주위를 맴돌다 확률밀도함수를 그리며 사라지는 빈공간의 하찮은, 하지만 응당 있어야만 할것 같은 그런 생각들이 파동처럼 밀려들었다 사라진다 근데 아무리 밤에 혼자 있..
19시 커피 20g 전동그라인더 11초 그라인딩(잘 흔들어서 최대한 균일하게 갈리도록 노력해보자) 물 온도 85~92도(커피에 따라 상이하다) 주전자와 리시버, 드리퍼 물로 보온하기(드리퍼는 뚜껑을 덮어두면 조금 낫다) 물 300g 40g 40초 뜸들이기 100g 80g 80g순으로 2분 30초동안 드립하기 창문을 열기 따뜻한 온기를 맞으면서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듣기
18시 이 시간 이전까지는 나름의 생산활동을 영위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오롯이 소모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내 시간이든, 이슈든, 혹은 가끔씩 타인의 시간이던간에 가끔은 왜인지 모를 피곤함에 이끌려 잠으로 대부분 소모될 때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사인함수를 그리는 생산-소모의 y축의 시간 x축 그래프에서 음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대임은 분명하다 가끔 인터넷을 보면, 아니 사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을 하면서 보면 나보다 더 좋은 상황, 나보다 더 생산적인, 더 의미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의 소모는 한없이 낭비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는 생산적인 소모를 할때 나는 그저 완전한 내 감정의 쾌락을 위해 손가락을 휘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라는건 여기에 있지 않아. (요즘 책의 제목에는 그래도라..
17시 비행기 안은 조용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비행기모드를 해야하는 터라 음악도 없는 그저 백색소음의 공간일 뿐이었다 착륙을 앞둔 비행기는 실내는 이내 안내방송과 함께 어두워졌다 어두워진 안과 함께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그 때 창밖에 별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어린시절(사실 그리 어리지도 않았겠지만)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오리온의 허리띠는 마치 내가 우주에 있는 듯이 가만히 내 옆에 있었다 비행기의 소음과 함께 우주에 가본적은 없었지만 우주에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겠거니 하는 기분좋은 상상과 함께 비행기의 격벽 하나 차이로 유영하는 느낌을 만끽하고 있을 찰나 다시 비행기는 수평으로 돌아왔고 별들은 땅으로 내려와 수많은 불빛들로 분화하였다 하늘과 땅사이 마치 대칭구조인것처럼
16시 달그락거리는 소리 분당 600회, 1000회, 2000회의 각각 다른 조절되지 않은 환경 최후의 최후까지 기다려보는 결과물 일주일의 노력이 고작 점 하나로 그리고 점들이 모여 만들어진 몇줄의 그래프(fig.1~n) 엑셀에서 프로그램으로, 다시 파워포인트로 그 그래프로 채워지는 종이 몇장 보는 사람은 설명이 필요할테니 레퍼런스반 의견반의 해석 몇줄 그리고는 설거지 다음주를 위한 chilling(그건 나에게도 샘플에게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