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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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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아뇨 딱히요' 퇴근하고 할 일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특별한 약속이 있는거도 아니고, 집에 가봐야 밥해먹으랴, 잠깐 영화보랴, e-book에는 새로운게 뭐 있나 찾아보랴 하다보면 벌써 시간은 자야 할시간 하지만 딱히 할 일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선뜻 '네'라는 답을 주기는 충분하지 않은 활동 그럼에도 2~3시간정도 남은 퇴근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자취를 하는터라 적막할 법도 하지만 음악으로 공간을 채워두고, 많은 취미중 하나를 골라 이것 저것하다보면 그보다 즐거운 일은 없을 터이다. 딱히 할일이 있는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은 아닌 완전한 개인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불규칙적인 일들
14시 분명 수업시간에 배우기를 2시는 따뜻한 시간이라 배웠는데 배움이 무색하게 춥기만 하다 마치 '야 너정도면 행복한편이지- 너보다 불행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소리를 들은 기분이다 상대적으로라는 말은 정말 여러모로 편리하면서도 끔찍한 말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말은 절대적으로는 낮을수도 있고,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하지만 비교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니 이만큼 편리한말이 어딨겠는가 물이 반정도 있음에도 누구에겐 부족할수도, 누구에게는 차고 넘칠수도 있는법이지 너무나 추운 2시에도 만족할수도 있고, 봄의 2시를 그리워 할 수도 있을것이다 -눈이 오던 1월 18일 오후 2시.
13시 일을 시작한 뒤로 1시는 내가 없어지고 일만 남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신을 믿지 않지만 기도를 올리며 제발 결과물이 나오게 해주십사.. 하고 소망해본다 아직까지는 연구자라기보다는 하나의 수족같은 느낌인 인원이지만 (생각해보니 수족은 손발인데...그럼 하나가 아닌건가?) 뭐 석사가 그렇지... 진짜 연구자는 박사학위에서 나오는 것을... 그래도 4시간정도만 일하면 퇴근을 하니 버티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다행히도 1차원적인 생각은 할 수 있는 위치라 나름의 보람을 느끼면서 지내고 있다 내일의 1시도, 그 다음의 1시도.. 금요일까지의 1시는 당분간 그렇겠지 작년의 1시와 올해의 13시가 완전히 다른것처럼 오전과 오후가 완전히 다른것처럼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다르긴 어렵겠지만
12시 아쉽게도 하루의 반밖에 못썼는데 한해가 지나가버렸다 사진을 찍는것만큼, 아니 그거보다 더 글쓰기는 어렵다 사진은 있는것에 내 생각을 투영하는 일이라면 글은 있는 생각에 내 문장으로 써내려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2시와 관계 없는 이야기를 조금 써보도록 하자 어쩌면 1년의 반쯤 지났을때 이 글을 쓰는게 더 재밌었을진 모르겠지만 그러려면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 글은 쓰이지 못할테니까 올 한해는 생각보다 그리고 생각만큼 어려운 한 해였다 왜 앞의 한해는 붙여쓰고, 뒤는 띄어쓰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둘다 된다니 내버려 두자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일을 했으며 만나고 싶은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하고싶었던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일을 시작하였으며 여러 일들이 끝나기도 하였다 ..
11시 아무래도 큰일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심을 뭘 먹을지 떠오르지 않는다 하루 중 두번째로 신성한 점심인데, 오늘따라 메뉴 선정이 어렵다는것은 굉장히 슬픈일이다 어제먹은걸 또 먹을수는 없는일이고 어제 쓴 재료를 또 쓰기에는 물리는데 새로운 것은 한정적이라 더욱더 마음은 복잡하다 이미 손은 일에서 떨어진채 머리속의 대-점심메뉴-토론회에 집중하게 되었다 먼저 중식 일식 양식 한식....카테고리를 정하고 뜨거운거 차가운거... 면...밥.. 아니 국밥 말고.... 너무 많이 먹었어.. 밥이라도 잘 먹어야지 아니면 면이라도 잘먹어야 하나? 뭘 먹어야 하지?
10시 뭔가 멍하다 열심히 살지 않음에 대한 결과라는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누가 열심히 사는것이 취향이겠냐만은 거의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인 나로서는 오전 10시나 오후 10시나 거의 비슷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분명 할 일이 있는것 같은데 하루의 시작, 1년의 시작 그리고 모든것에 대한 시작으로 부터 도망치고 있는것 같다 누군가 보면, 그리고 막상 겉으로만 본다면 그렇게 막 산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보는 나는 한없이 가만히 있는 하나의 이산화탄소 제조기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면서도 뭔가 이제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죄책감으로 인한 원동력이 하루를 지탱해 줄 뿐이다 요즘 이제는 이렇게는 살면 큰일날것 같아서 취업을 다시 준비중이다 생각보다 이런 삶을 포장을 잘했는지 서류는 곧잘 붙..
09시 끔찍하게 찬란한 아침이다 나는 생각보다 끔찍한이라는 말을 즐겨쓴다 그렇다고 말그대로 끔찍한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뭔가 정상범주에서 살짝 벗어난 것들을 하는것은 좋아한다 끔찍하게 재미가 없는 영화를 본다던지 끔찍하게 불편한 사진기로 사진을 찍는다던지 끔찍하게 귀찮은 요리를 하고 더 끔찍한 설거지까지 하는것을 좋아한다 뭔가 끔찍끔찍 어감으로만 들으면 귀엽지 않을까? 깜찍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뭐 전혀 다른 뜻이긴 하다만 아무튼 9시도 끔찍하게 찬란한 아침이라서 좋아한다 어떤 시간을 좋아한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어떤 사람에게 혹시 몇시를 좋아하세요? 하면 어떤 반응일까? "저는 해가 가장 높은 2시를 좋아해요" "저는 사람이 감성에 잠기는 1시를 좋아해요" 이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08시 대체로 아침을 먹지 않지만 귀찮지 않다면 아침을 가끔 먹는다 뭐 먹어봐야 계란에 전날 해둔 밥, 엄마가 준 반찬정도지만 요리를 하는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아침부터 요리를 하는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어떻게 아침에 엄마는 뭔가를 해줬던거지 싶다가도 고등학교때는 급식을 먹었으니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생각보다는 먼 일이었다 아마도 초등학교때쯤에나 아침을 먹었겠지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아침 8시는 집에서 머무를 수 있는 마지막 시간대이다 혹은 더 일찍 나갔을수도 있겠지 다행히 요즘은 집에서 눈을뜨고 컴퓨터를 켜면 출근이다 ... 다행히라고 하는게 맞는걸까? 일주일중 5일은 사실상 집이란 공간이 전부인, 기껏해야 나가서 30초거리인 편의점 가는게 전부인 하루인데 어떤것에 비교해야 다행히라고 표현 할 수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