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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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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오늘은 다를거라고 생각하는건 정신병 초기증세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썼다고 유명한데 이런 말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인터넷에 찾아보니 1983년에 출간된 여성 작가 리타 브라운의 소설, 1980년에 만들어진 알콜중독자들의 치료를 위한 팸플릿 등지에서 쓰인 말이라고 한다 이마저도 인터넷에서 찾은 말이니 확실하지는 않다 이제는 어떤 말을 볼때 정보를 꼭 교차검증해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07시면 누군가는 하루를 시작하는시간, 누군가는 아직 꿈나라에 있을 시간, 어쩌면 누군가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일수도 있다 시간은 상대적이니깐 아무튼 저 말은 꽤나 맘에 들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당장 사진을 찍으면서도 어제와, 그제와, 작년과 다른 사진을 찍기는 어렵다 꾸준히 다를수 ..
06시 아침의 하늘은 대체로 빨간색이다. 그 이유는 빛이 작은 입사각으로 지면에 닿기 때문에 공기층을 지나가는 경로가 더 길어지게 된다. 경로가 길어짐에 따라서 만나는 입자가 많아서 빛이 산란하게 되는데, 이때 파장이 짧은 파란빛 계열은 산란각이 작기 때문에 사라지게 되고 파장이 긴 붉은 계열의 빛은 산란각이 커서 우리 눈에 닿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기억도 어느것은 빨간색으로 오래 남아 있을수 있고 강렬한 파란색이었지만 이내 사라지는것도 있을수 있다. 이런 여러가지 색이 모여 각자의 총천연색 추억이 되는 것이 아닐까 모든 기억의 아침은 오래도록 남아 있다.
05시 가끔 꿈을꿀때 현실이 개입을 해서 무서울때가 있다 꿈 자체가 무섭다기 보다는, 그 꿈을 꾸고 나서 그 느낌이 그대로 현실에 남아있어서 무서운것이다 딱히 무서운것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의 사람들이 조금 달라보일 뿐인데 그 괴리에서 오는 이질감이 무섭다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살때도 항상 새로운것을 사는 경향이 있는 나인데 (이는 우리집 앞 맥주집 사장님이 보장) 새로운것과는 또 다른 그런건가 싶기도 하다 내가 모든걸 다 아는것도 절대 아닐텐데 어차피 다른쪽에서 보면 아는것과 다른 것은 자명한 일일텐데 내가 알던 사람이 알고보니 인간말종?! 이런거도 아니고 그냥 조금 다를뿐인데 어째서 무서운지 모르겠다
04시 평균적으로 33세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노래를 듣지 않는다고 한다 아쉽게도 나는 평균 이하의 나이에서 새로운 노래를 거의 접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정말 희한한 이름을 각양각색의 밴드를 잘도 찾아 듣고 공연도 다니고, 앨범도 사서 모았는데 이제는 그저 사비를 기다리는 사료마냥 유튜브에 올라오는 새로운 노래를 간간히 듣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내일도 똑같을텐데... 음악도 똑같은걸 듣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출근할 걱정이 앞선다 이미 늦었나? 지금 누우면 한 4시간정도 잘 수 있겠지 그렇지만 주말에 또 엉망진창 놀고 자고 하니 잠이 오지 않는것이었다. 분명 한달전까지만해도 좀만 더 지나면 해가 떴는데 이젠 가을이 되었는지 해가 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너무 어두우니까 다시 불을 켜자.
03시 "아무튼 이 글을 쓰게 된뒤로 얼마나 새벽이 긴지 알게 되었어." 그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어차피 방에는 아무도 없었으니 들을 사람도 없었겠지만. 그래서 같은 한시간이라도 새벽이 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이라 그런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공기도 차서 시간은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마냥 기분이 축 처지는건 아닌것이 원래 가장 소중한것을 낭비할때가 가장 즐겁다라는 말을 토대로 가장 소중한 본인의 시간을 낭비 함으로써 재미를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 낭비에는 영화도 포함이 되었다. 그 어떤것도 채워주지 못하는, 그의 블로그에 그저 몇줄 텍스트로나 남을 그런 영화 이렇게 텍스트로나마 남는 3시처럼.
02시 결국 시간이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 방금 널은 빨래, 쓰다 만 문서 이제 막 물이 말라가는 설거지거리들 아마 새벽에도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릴 수 있었다면 돌렸겠지 이제 사는데에 있어서 2시는 성역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버렸다 2시를 넘으면 늦게 잠드는 것이지만 2시만큼 주위와 단절된채 하는것에 집중하기 좋은 시간은 없기 때문에 마치 이렇게 문단이 나뉘듯이 시간이 나눠지는 것이다
01시 밖은 "아직도" 비가 온다 그렇다고 딱히 창밖을 보면서 우수에 잠기는 그런건 아니라는 것 이제의 새벽감성은 창밖이 아닌 모니터 창 안에 있는것이었다 그래도 창밖의 비소리는 귀를 기울일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아무래도 비가오던 오지 않던간에 밤은 어두우니 상관 없었다 오직 컴퓨터 화면만이 밝을 뿐이었다 예전의 01시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자기는 조금 아쉬운 시간 다시 화면속 소리로 귀를 옮기고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여본다
00시 시침은 사실 할 말이 많다 분명 하루의 시작은 00시가 마땅하지만 그 아무도 오늘보자!라는 말은 쓰지 않는것에 대해서 분명 하루의 시작은 00시가 마땅함에도 (이는 모든 사람이 동의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보아 왔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일보자라는 말로 하루의 시작을 마무리 짓곤 하는것이었다 이러한 기분을 모르는듯이 초침과 분침은 반대편 차선의 버스마냥 그저 인사를 하고 스쳐갈 뿐이다. 다시 만날 시간은 1시간 6분쯤 뒤. 이 마저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시침은 다시 하루 두바퀴의 여정을 준비한다.